귤밭댕댕이는 (사)제주동물권행동NOW가 보호하는 유기견과
이 친구들이 사는 임시보호소를 말해요. 보호소가 귤밭 한 켠에 있거든요.
견사가 없었지만 당장 구조가 시급한 아이들이 있었어요.
제주시 어느 한 마을에 ‘개농장’으로 추측되는 곳에서 지내던 아이들.
뜬장에 갇히고, 짧은 줄에 묶여서 아픈 자갈밭 위에서 살고 있던
내니와 하귤이, 맥스, 순수입니다. 귤밭댕댕이 최초 입소견들이에요.
이후로 어느 날 가정집 마당으로 들어온 떠돌이개 하루와
들개 어미에게서 태어나 무슨 연유인지 방치돼 있던 꼬물이 백미와 현미까지
7명(命)의 댕댕이들이 그렇게 가족이 됐습니다.
이렇게 7마리에서 시작해서 지금도 꾸준한 구조와 지원으로
견사를 보충해 가며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어요.
좋은 가정에 입양을 갈 때까지 최선을 다해
이 생명들을 지켜나갈 겁니다.
귤밭댕댕이의 입소견들을 소개합니다.
1. 내니 / 여 / 15kg / 3~4살 추정(2023년 기준)
풍성한 털이 큰 포메라니안을 연상케 해요.
황금빛이 감도는 갈색의 눈동자와 금빛 속눈썹이 정말 멋져요!
신창리 개농장의 뜬장에 갇혔던 아이예요.
실외 배변을 고집하는 깔끔한 성격으로 산책을 무척 좋아해요.
목덜미와 귀 주변을 쓰다듬으면 긴장이 풀리는지
앉거나 반쯤 누워서 쓰담을 즐깁니다.
쓰담의 손길이 멈추면 발을 들어서 툭! 하고 쳐요.
계속 만져달라고 의사표현을 확실하게 하는 똑쟁이에요.
하지만, 뜬장에서의 아픈 기억이 있는 건지
꼬리와 발을 만지는 걸 아주아주 싫어해요.
반면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 해서요.
외동으로 내니만을 아낌없이 사랑해 줄 가족을 기다리고 있어요.
2. 송키 / 여 / 15kg / 1~2살 추정(2023년 기준)
북극여우를 연상케 하는 강력한 비주얼의 소유견이에요.
순백의 하얀 털에 하얀 속눈썹! 찡긋 웃을 때 미소가 대단해요.
사람에겐 엄청난 순둥이인데 댕댕이 친구들과는 낯가림이 심해요.
송키는요, 클린하우스에서 발견이 됐다고 해요.
구조자분의 집은 다견가정이었는데
송키가 그곳의 댕댕이들을 공격하는 일이 자꾸 벌어졌대요.
좋은 가족을 찾아달라면서 송키 견사 비용을 기부하시고
송키를 제주 나우에 맡기셨어요.
송키 역시 외동으로 입양 가면 좋을 것 같아요.
3. 단비 / 여 / 10kg / 4~5살 추정(2023년 기준)
2022년 12월은 바람이 참 매서웠어요.
그런데,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평화로 인근 도로를
이 작은 체구의 아이가 혼자 헤매고 있었어요.
아이가 있던 곳은 너무 위험해서 제주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하게 됐어요.
목줄을 착용하고 있어서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공고 기간이 지나도 아무도 이 친구를 찾지 않았어요.
제주 나우에서 즉시 입양 절차를 밟았고 귤밭댕댕이가 됐답니다.
저희가 ‘단비’라는 아주 예쁜 이름을 지어줬어요.
단비.. 어디서든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단비는 처음엔 사람 손길을 좀 무서워하고
울었던 건지 눈가가 늘 촉촉히 젖어 있었는데요,
이제는 사람 손길을 무척 좋아하고요. 헤헤헤~ 하는 표정으로 하면서 웃어요.
웃는 모습이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묘한 감동을 일으켜요.
진돗개와 핏불테리어 계통의 아이와 섞인 듯 해요.
얼굴은 진돗개인데 하체는 핏불테리어처럼 근육이 상당해요.
4. 하루 / 여 / 13kg / 3~4살 추정(2023년 기준)
어디에서 태어나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지만
애교 만점에 훈련이 아주 잘 되는 영리한 아이에요.
큰 귀에 짧은 다리, 긴 허리가 닥스훈트와 비글 믹스견인가 싶어요.
이렇게 귀엽고 영민한 친구가 떠돌이개라는 게 믿기지 않아요.
개를 키우는 마당이 있는 가정에 어느 날 불쑥 나타나서는
제 집처럼 지내더래요. 이 가정에서 키우려고 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서 제주 나우가 보호하게 됐어요.
다리는 짧지만 스피드는 상상을 초월해요.
쓰담 받는 걸 무척 좋아하고요, 사람에게 계속해서 뽀뽀를 하는
뽀뽀러버입니다. 리드줄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에요.
산책을 더 하자, 더 놀자 보채지 않고 활동가와 봉사자들이 일어서려고 하면
딱 알아서 자리를 비켜준답니다.
다른 댕댕이들과도 잘 지내고요, 특히 어린이들과 사이가 좋아요.
사교적이고 고집이 없으며 활달한 하루입니다.
다견가정, 어린이가 있는 가정, 초보 집사 가정 등에서
무리없이 같이 살 수 있는 온순하고 소통이 잘 되는 아이예요.
5. 하귤 / 여 / 15kg / 2~3살 추정(2023년 기준)
신창리 개농장에서 구조됐어요.
짧은 목줄을 하고 자갈밭 위에서 생활하고 있었어요.
표정이 어두웠고, 경계가 심했어요.
잔뜩 겁을 먹은 얼굴이었어도 미모는 가려지지 않았는데요.
귤밭댕댕이들 가운데 미소가 가장 이쁜 친구랍니다.
작고 쫑긋 선 귀, 늘씬한 다리가 참 근사해요.
구조됐을 땐 하루보다 조금 더 체격이 큰 편이었는데요.
생활환경이 좋아져서 그런지 지금은 한 눈에 봐도 하루와 체격 차이가 꽤 돼요.
구조됐을 땐 사람을 경계해서 매일 보는 사람에게도 낮게 ‘으르렁’ 거리곤 했어요.
그랬던 아이가 지금은 자기를 봐 달라고 먼저 아는체 하고
샤방샤방 꽃미소를 발사한답니다.
초기엔 사냥본능이 대단해서 견사를 탈출하고 인근의 닭과 오리에
피해를 입히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젠 많이 순치가 돼서 산책에 집중을 해요.
산책 중에 꽃 향기, 다른 동물들의 냄새에 매우 열중이에요.
하귤이가 느끼기에 좋은 냄새가 나면 등을 비비면서 즐기기도 해요.
앞발을 내밀면 간식이 나온다고 생각해서 시키지도 않아도 앞발을 주는 귀요미랍니다.
6. 백미 / 여 / 20kg / 2살(2023년 기준)
2022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
제주시 한경면의 한적한 시골 사거리 모퉁이에서 새끼로 발견됐어요.
어미는 며칠째 보이지 않았고 그대로 두었다가는
생명이 꺼지는 건 시간문제였어요.
발견 당시는 백미를 포함해서 모두 3마리의 새끼가 있었는데요.
한 마리는 이미 강아지별로 떠난 뒤였어요.
하얀 털의 백미와 자매견인 현미가 입소했어요.
원숭이 시절을 거치고 개춘기도 비교적 무탈하게 보냈답니다.
모든 댕댕이 친구들과 두루 잘 지내는 사교적인 아이에요.
댕댕이들과 노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간식 소리가 들리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젤 먼저 착석해서 기다린답니다.
진도 믹스견으로 핑크색 코가 인상적이에요.
무쌍의 검정 눈도 백미의 매력을 더해준답니다.
7. 순수 / 여 / 25kg / 3~4살 추정 (2023년 기준)
귤밭댕댕이들 가운데 덩치면 덩치, 힘이면 힘!
묵직한 귀여움으로 단박에 시선을 사로 잡는 친구에요.
물그릇을 종종 엎어서 늘 목이 마른 상태입니다.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사람이 보이면 점프를 해대요.
관절이 괜찮을까 싶게 점프를 하지만 아주 튼튼하답니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도 마음은 여리여리 애기애기해요.
견사 안에 인간친구가 같이 있거나 산책 도중에 잠시 쉴 때는
엉덩이를 인간 친구 몸에 꼭 붙여요.
그때 전해지는 묵직한 포근함이 인간에게 이상하게도 위로감을 안겨요.
온순하고 인간 친화적인 성향이에요.
앞발을 잡거나 꼭 끌어안거나 심지어 꼬리를 만져도
모든 것을 허용해 준답니다.
쓰담을 좋아해서 얼굴이며 목덜미며 등을 만지면
해맑게 웃어서 보는 사람마저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산창리 개농장에서 구조됐는데 과거가 생각나지 않을만큼
늘 해맑고 순수한 아이랍니다.
개농장에 있을 땐 시무룩한 듯 슬퍼 보였는데요.
귤밭댕댕이에서는 늘 웃상이에요.
사람에게 마음을 활짝 열어준 기특한 친구입니다.
8. 현미 / 여 / 20kg / 2살(2023년 기준)
백미와 함께 제주시 한경면의 시골길 사거리에서 발견됐어요.
처음 발견된 곳은 새끼 강아지가 생활하기엔 너무 열악한 곳이었는데요.
그런데도 살아남은 대견한 댕댕이에요.
이마에는 뭔가 억울한 일이 있는 듯 주름이 져 있고귀는 한쪽은 접혀 있는데요.
이게 바로 현미의 매력이랍니다.
자매견이지만 백미는 하얗고, 현미는 하얀 곳이 1도 없이 전부 누룽지색이에요.
생김새도 달라서 자매라고 말하지 않으면 알지 못할 정도예요.
현미는 엄청난 질투쟁이랍니다. 그렇다고 해를 가하는 건 아니고요.
그냥 울부짖어요. 자기를 봐달라고요. 쓰다듬어주고 눈을 맞춰 달라고요.
‘여기 나 있어요~’ 이런 외침이에요.
점프력이 상당해서 견사의 지붕을 몇 번이나 뚫고 탈출을 했어요.
활동가와 봉사자들이 세상에서 본 인간 친구의 전부이고,
산책길이 현미가 아는 세상의 전부여서 답답했나 봐요.
막상 견사를 탈출해서 가는 곳이 봉사자들 곁이에요.
봉사자들이 다른 친구들과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거길 찾아오더라고요.
사람의 손길이 늘 그리운 덩치 큰 아가예요. 상큼한 미소가 일품인 자이언트 베이비.
9. 맥스 / 남 / 15kg / 3~4살 추정(2023년 기준)
귤밭댕댕이 입소견 가운데 유일한 남아에요.
해맑음의 표본이랄 수 있어요.
겅중겅중 걷는데 다리에 리드줄이 걸려도 풀지 않아요. 그냥 그렇게 다시 겅중겅중 걸어요.
‘앉아!’를 시키면 엎드리고요.
사람이 만져주기 전까지는 견사 안에서 쉬지 않고 점프를 뛰어요.
사람이 만져주면 엉덩이를 들이미는데요, 엉덩이를 만져주는 걸 상당히 좋아해요.
기분이 좋으면 귀가 뒤로 바싹 젖혀져서 영락없는 물개가 된답니다.
그런데 입이 짦아요. 사료는 기분에 따라서 몇 번에 나눠 먹고요.
맛있어 보이는 간식은 숨겨뒀다가 다른 친구들이 간식을 다 먹으면
그제야 놀리듯 꺼내서 먹어요.
댕댕이들한테 공격성은 없는데 놀리는 걸 즐기는 것 같아요.
기분이 좋으면 신이 나서 연신 ‘엎드려’를 해요.
간식을 먹는 것보다 사람하고 노는 걸 좋아한답니다.
헌 양말 하나로 혼자 오래 놀기도 하는데요,
뭔가 꽂히는 게 있으면 집중력이 상당해져요.
그 모습이 어마무시하게 귀엽답니다.
맥스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알아가며 사랑해 줄 가족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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